패스트트랙 추진으로 불거진 바른미래당 지도부 사퇴론을 놓고 당내 계파 간 ‘끝장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바른정당 및 국민의당계 의원이 지도부 퇴진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는 (그들이) 당권을 확보하겠다는 집착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 상황이 견디기 힘들다고 대표직을 던지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사퇴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을 향해 “다음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달겠느냐, 2번과 함께할 것이냐, 아니면 아예 2번을 달겠느냐”고 따져 물은 뒤 “3번을 달겠다면 저는 그 즉시 (원내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바른정당계 의원 8명 전원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 7명 등 의원 15명은 이날 지도부 재신임을 묻기 위한 목적의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유의동 의원은 이날 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점을 치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였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당헌에 따라 의총 소집요구 숫자인 재적의원(25명) 4분의 1 이상(7명)을 충족해 이틀 안에 의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의 회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오신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원내대표가) 양치기 소년에서 늑대로 돌변했다”며 “있지도 않은 소설을 쓰며 알량한 원내대표 자리를 차고앉아 의원한테 갑질을 하려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계파 간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당무는 마비 수준이다. 일단 당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파행을 겪고 있다. 원내대책·정책회의도 ‘반쪽 회의’에 그쳤다. 이런 대치상황이 장기화하면 결국 분당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