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사퇴하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집중해온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김 전 대변인은 정부가 한창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집중하던 지난해 7월에 25억7000만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대변인은 자신의 재산 14억 원에 은행 대출 10억 원, 개인적 채무 1억 원 등으로 노후 대비를 위해 건물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4억 원 자산을 가진 사람이 은행 대출을 10억 원이나 받아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에 건물을 구입했다는 점, 전 재산을 끌어모아 재개발 지역에 ‘올인’했다는 점에서는 김 전 대변인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는 결국 부동산 투기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사퇴했다.

김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 논란이 됐던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자유한국당은 “‘내노남불(내가 하면 노후대책, 남이 하면 불법 투기)’ 정권”이라며 화살을 최 후보자에게 돌렸다.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김 전 대변인이 사퇴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에게 집중 제기된 의혹은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것이었다. 장관 지명 직전 경기도 분당 아파트를 딸 부부에게 증여한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쪼개기 꼼수 증여’라는 지적이 나왔고, 서울 잠실 엘스아파트(딱지) ‘갭투자’ 의혹,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분양으로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은 것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최 후보자의 모친이 소유한 인천의 주택이 최 후보자가 국토부 차관 재직 시절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는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실거주 이외의 주택을 처분하라”고 강조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점이 국토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최 후보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행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청와대 참모 46명 가운데 13명(28.3%)이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참모진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는데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안정정책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