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운신 여지 남겼지만
- 北 “한국, 북한 편에 서라” 압박
- 북미 비핵화 놓고 동상이몽 여전
- 남북·북미·한미 대화 추진 시급

베트남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 관계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급변하면서 남북 및 한미 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까지 촉진시켜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3중 난제’에 직면한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2개의 중국 해운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그 이후 6시간여 만인 지난 22일 북한은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북한의 행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역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도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화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 주말 긴박하게 돌아갔던 남·북·미 상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시작으로 한국을 향해 미국 편이 아닌 북한 편에 서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논평에서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 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한미동맹 균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하노이회담 이후 벽에 부닥쳤다”고 평가했다.

강 대 강 대치 국면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지시로 문 대통령이 운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지만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남북과 한미는 물론 북미관계를 되돌리기 위한 조속한 정상외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톱 다운’ 외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긴급하게 이뤄진 5·26 2차 남북 정상회담처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동상이몽 문제를 이번에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그러나 남북·한미 정상회담 모두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비핵화 대화는 ‘오리무중’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