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 입장차이 등 면밀히 분석
- 이동훈·비건 금주 미국서 회동
- 북미대화 재개과정 韓역할 논의
- 한미정상 만나 심도있는 협의
- 김정은 서울 답방도 해법 거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 간 중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미 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밝아진 김정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현지 환송단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북미가 회담 결렬의 원인에 대해 각기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어 중재에 나서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서두르기보다 한층 더 신중하게 양측의 입장을 듣고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데 대해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2016, 2017년 채택된 5건, 그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주는 항목을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북미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내용을 평가하고 북미 양측의 진의가 어떠했는지, 비핵화의 정의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 차이는 없었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에 쫓기기보다 정교한 중재역을 자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북미가 모두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남·북·미 간 대화가) 물밑에서 분주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상 나타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회담 후속 조치를 위해 당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번 주중 미국으로 건너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나 북미 회담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에서는 향후 북미 간 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미국 회동으로 한미 간 ‘포스트 하노이’ 대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미국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직접 만나 한국의 가능한 역할을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장관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를 협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서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며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답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북미 대화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정상 간 만남의 시기가 다소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해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방법론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평가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