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지역에 유치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사업의 허가 지연에 관련 방사선의과학단지까지 흔들린다며 정부 부처에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기장군은 지난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수출용 신형 연구로의 건설 허가를 조속히 받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했다고 31일 밝혔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시설로, 중성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비파괴 검사 등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연구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용 원자로의 노화로 인한 방사성동위원소의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관련 의료 서비스의 정상적인 제공을 위해 국내에서도 동위원소 생산시설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과기부가 ‘수출용 신형 연구로 사업’을 공모해 기장군은 9개 지자체와 경쟁 끝에 2010년 말 이 사업을 지역에 유치했다. 수출용 연구로가 준공되면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급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앞으로 50년간 38조 원에 이르는 이윤 창출과 150여 명의 전문 인력을 지역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초 기장군과 과기부는 2016년 말까지 원안위로부터 건설 허가를 얻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2016, 2017년 잇따라 난 지진의 여파로 원안위의 안전성 심사가 강화돼 현재까지 수출용 신형 연구로의 건설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안위 측은 건설 허가 전 ‘연구로의 지진 영향 가능성에 대한 용역 결과를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는 게 원안위 측 입장이다.
그 결과 과기부는 지난해 11월 국회 회기 안에 연구로 건설 허가를 받는 데 실패하면서 올해 건설에 필요한 추가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과기부는 건설 허가 미취득을 이유로 이미 받은 건설비 일부(390억 원)도 기획재정부에 반납했다. 이에 기장지역에서는 수개월 뒤 건설 허가가 나도 건설비가 없어 어려움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연구로 건설이 지연되면 기장군과 시, 정부가 추진 중인 방사선의과학단지 내 기업 입주도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단지 내 핵심 시설인 연구로의 건설이 지연되면 관련 기업의 유인 효과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시는 기업 20곳과 단지 입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이들 기업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기장 안팎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은 “원안위 용역 평가의 막바지 단계라 사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이미 받은 예산 134억이 있어서 올해 착공 수준까지 사업을 진행하는데 문제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장군 측은 30일 과기부를 방문해 “신형 연구로 개발사업의 지연으로 이미 동남권 산단 내 기업유치 및 입주 시기에 많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군 관계자는 “연구로 사업은 국책사업이다. 신속한 건설허가를 위해 과기부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기장군 장안읍 주민센터에서는 과기부 주관으로 연구로의 안정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열렸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연구로의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원자력 관련 시설이 추가로 지역에 오는 만큼 그간 관련 시설을 감내해온 주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