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철수 논쟁 등 39년만에 공개
- 카터 “北, GNP 20% 국방비에”
- 박정희 “한국 그러면 폭동 날 것”

한미 정상회담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됐다. 연합뉴스가 2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백악관 외교 기밀문서를 보면 카터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1979년 6월 30일 청와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한국의 인권 상황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퍼슨 연구원은 현재 주미 특파원 출신 언론인 협회인 한미클럽의 의뢰를 받아 미국 외교문서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1979년 한미정상회담 당시 박정희(왼쪽)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어떤 식으로든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카터 대통령과 북한이 군사적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핵심전력을 섣불리 빼서는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논쟁은 살얼음판 같았던 당시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카터 대통령은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0%가량을 군사비에 쓰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확충을 압박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에 대한 소신을 밝히면서도 “북한은 우리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GNP의 20%를 군사비에 쓰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남·북·미 3자 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3자 고위급 회담 장소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로 정하고 남북한의 의사를 타진하는 등 미국이 남·북·미 대화를 위해 상당히 구체적 수준의 실행 계획을 세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밀문서를 보면 카터 대통령은 1979년 6월 말 방한해 박정희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시기를 전후해 자카르타에서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을 갖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이 같은 남·북·미 3자 대화 추진은 북한 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