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들 남북 교류협력 추진
- 동해의 거점 부산 지리적 우세
- 한·북·일·러 평화공동체 구축
- 청년들의 토론 장 만들어야

- 부산기업 10곳 北방문단 포함
- 안보리 제재 문제 완화된다면
- 부산·북한도시 산업협력 실현

- 北美 정상이 만나 입장 조율 땐
- 북핵 문제 해결 급진전 가능성
- G-20 정상회의가 터닝포인트

- 군사 긴장 완화는 평화 시발점
- 문재인 정부 ‘2018년 체제’선
- 유럽 연합식 남북통일 구상
- 남북교류 활기 띠고 비슷해지면
- 북한도 투표로 의사결정 할 것

지방자치단체마다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부산시 역시 부산발 유럽행 유라시아 철도운행, 남북공동영화제 개최, 스마트시티 협력 등 남북상생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문정인(67)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4일 국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부산이 일본 후쿠오카, 니가타와 북한 함흥, 원산 등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공동체’를 구축해 담론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4일 “아직 평화의 서막에 불과하지만, 평화가 가속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부산이 환동해권 평화공동체 구심점

문 특보는 “남북 관계가 풀리면 부산 패싱(배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부산시가 대처하기 나름”이라며 “동해의 거점이자 경부선과 유라시아횡단철도 출발점인 부산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지리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환동해권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부산을 비롯한 일본과 북한 각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면 부산이 한반도 평화 시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특보는 “부산시가 지역 대학과 협력해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니가타와 북한 함흥, 원산을 거쳐 동해안을 내려오는 ‘환동해권 피스보트’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범위를 더 넓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환동해권 공동체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북한 일본 러시아 젊은이가 한자리에 모여 평화와 번영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북 정상은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윤곽을 그렸다. 환서해권은 경제특구로, 환동해권은 관광특구로 각각 개발될 전망이다. 환동해권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시작으로 원산을 거쳐 나선특구까지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는 2008년 한국인 관광객 피습 사건으로 10년째 중단됐지만 관련 시설은 그대로 있다. 북한은 원산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를 조성 중이다. 이곳은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100㎞ 떨어진 곳으로, 갈마지구에서 버스를 타고 40분가량 이동하면 마식령스키장이 있다.

북한과의 경제 교류·협력에 부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내 방북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가 방문단에 부산 기업 10여 곳을 포함할 계획이다. 문 특보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가 있어서 당장 부산이 북한과 가시적인 협력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부산의 기업인들이 북한과 교류와 산업협력을 위해 방문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에는 현재 5개 경제특구와 21개 경제개발구가 있다. 그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돼 유엔 안보리 제재 문제가 해소되면 북한 여러 도시와 부산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 핵 문제 해법은

문 특보는 답보 상태를 보여온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양국 간 입장차를 좁히는 게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문 특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있을 때까지 안보리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과 일부 비핵화 조치를 했으니 미국도 거기에 맞춰 제재 완화 같은 상응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입장 차이를 조율해야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큰데,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ASEAN) 관련 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가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속적 지지를 당부했다.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 등 ‘아세안+3’ 회원국에 더해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8개국이 참여해 자유롭게 현안을 토론하는 정상회의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 발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소개하면서 EAS가 이를 지지해 온 점에 대해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화시대 대장정 서막

국방부는 이날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 전선에 있는 전방 GP(감시초소)의 상부 구조물을 폭파 방식으로 철거했다. 군 당국이 폭파 방식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GP 시설물을 철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도 시범철수 대상 GP의 철거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북은 시범철수 대상 GP 중 1개씩을 보존하기로 했다. 원형이 보존되는 남측 GP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 설치된 동부전선의 동해안GP다. 과거 369GP로 불렸던 이곳은 북측 GP와 580ｍ 거리에 있다. 남북은 시범철수 대상 GP에 대한 철거가 완료된 이후 다음 달 중 상호검증을 하기로 했다.

앞서 남북은 이달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무장을 해제했고 유해발굴 사업을 위한 지뢰 제거작업을 시작했다. 문 특보는 “군사적 긴장 완화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로 가기 위한 시발점”이라며 “항구적인 평화가 오려면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른데 현 정부의 ‘2018년 체제’에서 생각하는 통일은 국가 간 협력 등을 제도화시켜 유럽연합처럼 통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면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남북체제가 비슷해지면 향후 북한도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북한 주민들도 자유롭게 투표로 의사 결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문 특보는 “남북이 경제 공동체를 이룬다면 평화는 가속될 수 있다. 평화의 오디세이는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며 “통일이 성사되려면 국민적 합의를 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