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관광공사 사장 내정 정희준
- 체육과 교수에 ‘낙하산 인사’ 논란

- 관광분야 전문성 검증은 않고
- 경영철학 묻고 정치적 발언 공세
- “시의원이 전문성 더 부족” 반응
- 집행부 견제기능 우려만 높여

부산시 산하 6개 공사·공단의 기관장 후보에 대한 부산시의회의 첫 인사청문회가 23일 시작됐지만 인사검증을 맡은 시의원들의 전문성 부재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시의회에서 부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 내정된 동아대 정희준 생활체육학과 교수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정 교수는 관광 분야에 종사한 적이 없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날 청문회는 정 후보자의 관광 분야 전문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오히려 전문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쪽은 검증에 나선 인사검증 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었다.

	23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가 시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전문성 없는 인사청문회

출범 6년째의 신생 조직인 부산관광공사는 현재 자본 잠식, 빈약한 수익사업 구조, 조직 내 갈등 등 내부적인 문제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따른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급감, 엔저 현상으로 인한 일본인 관광객 감소, 컨벤션 축소, 크루즈선 기항 감소 등 대외적인 악재로 인해 마케팅 조직의 위상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전문가인 정 후보자가 위기의 관광공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지 검증하는 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정 후보자에게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하는 판에 박힌 질문을 하거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공단과는 달리 일정 부분 수익을 내야 하는 공사의 공공성만 강조하는 등 본질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관광 진흥과는 동떨어진 노동이사제 도입과 같은 고용 문제나 정치적 발언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박민성 의원이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축소를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의원은 인바운드 관광 통계나 크루즈선 기항 통계조차 따져보지 않았다. 최근 늘고 있는 내국인 관광객의 체류형 관광을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부산 관광의 큰 위치를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대한 대책 등을 묻는 의원은 없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오거돈 시정의 개혁이 기득권 보수층에 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 부산관광공사가 개혁 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등 정치적 발언으로 일관해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관광공사 직원들은 “정 후보자가 (관광 분야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런 답변을 이끌어낼 질문 자체가 많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 후보자는 ▷개별·특수 관광객 유입 강화 ▷SNS 홍보 강화 ▷크루즈 관광 확대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 ▷자립 경영 및 조직 안정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지역 관광업계는 정책의 방향성은 제대로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나열한 데 불과하며 세밀한 비전 제시가 미약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코드 인사지만 낙하산 아냐”

곽동혁 의원이 세간에 일고 있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묻자 정 후보자는 “(오거돈 시장의) 코드 인사는 맞지만 보은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관광공사 사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관광공사를 혁신하고 부산 관광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오거돈 시장의 주문이 있었다. 관광 분야의 일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관련된 일과 연구는 많이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여겨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동아대와 소송이 진행 중인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교수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학교 측이 연구 부정행위로 징계를 했다. 논문 표절에 대한 반박 자료는 충분히 제출했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의 논문 표절과 관련된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