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교황청을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정오(이하 현지시간) 교황청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 방문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평양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교황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말로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꾸준히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 평화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 후에는 “남북한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을 지지하고 그 약속이 전 세계에 행복의 결실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 등 갈등관계 당사자들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의 역할에도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황이 북한 땅을 밟은 전례가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에 어떤 답을 할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초청했으나 북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한편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가 지난 3일부터 시작해 오는 28일까지 예정돼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가장 바쁜 시기에 문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가진 것은 그만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 17일에는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이례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으며, 문 대통령은 미사에 참석한 뒤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별연설도 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