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까지 제재 유지’ 미국과
- 당장 완화요구 북한 중재 시도
- 남북 도로·철도 연결도 고려한듯

우리 정부가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행되면 제재 완화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하고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유엔 제재가 완화돼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세 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엘리제 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그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기존 입장을 지키면서도 단계별 제재 완화를 추진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이는 제재 완화와 관련해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북한과 미국 양측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 총회 당시 리용호 외무상 연설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주장했으며,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 당시에도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등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도 대북제재를 강력하게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 등에도 대북제재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거론한 것은 당장 다음 달 착공식이 진행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작업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한 공동조사는 물론이고 착공식, 실제 공사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제재 문제부터 해결돼야 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연내 북한 비핵화가 성과를 내고, 그 시점에 제재 완화가 이뤄진다면 판문점선언 중 남북경협을 본격화한다는 복안을 깔아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명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화했다. 문 대통령은 18, 19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기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하고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협조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한·영 정상회담에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도 한·독일, 한·태국 정상회담을 각각 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아셈에는 아시아 21개국, 유럽 30개국 정상이 모여 테러와 사이버 안보 등의 문제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비중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