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사전에 기본합의 가능성
- 2차 정상회담 날짜·장소 발표땐
- 남북미 정상 모여 종전선언 가능
- 대화 교착땐 문 대통령이 중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하기로 하면서 청와대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 불신의 70년을 해소하길 기대한다. 예상보다 일찍 방북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9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국제신문DB

앞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김 위원장 면담 이후 당일 밤늦게 서울에 도착, 8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방북 성과를 공유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에는 일본을, 8일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등 주변국들과의 소통과 협력에도 나선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본궤도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긴박하게 전개된 평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그러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방적인 무장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종전선언에 대해 “비핵화와 바꿀 흥정물이 아니다”고 발표하는 등 북미 간 기 싸움이 재개되는 것처럼 보이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또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면서 비핵화-종전선언 빅딜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과의 면담까지 사전에 확정해 공개한 것을 보면 북미가 사전에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백악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북에서 북미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다시 중재자로 개입할 여지는 있다.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빅딜에서 합의를 본다고 해도 핵 시설 폐기 방안, 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 미세한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면 청와대가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방북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다음 달 초·중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후 남·북·미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발표한다는 시간표도 제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되면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이전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종전선언 이후 이루어지게 되면 서울선언 등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내다봤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비핵화 진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방북을 취소한 전례도 있는 만큼 실제 방북이 이뤄질 때까지는 비핵화 대화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또 실질적인 부분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북미 대화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