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총회 기조연설

- 각국에 한반도 평화로드맵 제시
- 동아시아 공동 번영 청사진도
- 평화 최다 언급… 北대표단 박수

# 문 대통령 유엔외교

- 2차 북미정상회담 중재 성과
- 미국 상응조치는 답보상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성공적으로 중재한 문 대통령은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의 끝이 종전선언임을 국제사회에 강조한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 과정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동북아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떠받치는 지역”이라고 강조하면서 동북아 평화 정착의 첫걸음이 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동아시아철도 공동체’를 소개하면서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재의 유럽연합(EU)을 가능하게 만든 ‘유럽석탄철강공동체’도 선례로 소개했다.

애초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변화 가능성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유지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이날 연설에서는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겠다”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포용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소개하면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발협력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한에 유엔은 국제기구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남북한 수석대표들은 언젠가는 화해와 협력, 평화를 통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27년이 흐른 지금 남과 북은 그날의 다짐을 실현하고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에 함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15분간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4번 등장했다. ‘북한’(19번) ‘비핵화’(9번) 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도 8번 언급됐다. 북한 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으며, 각국 대표단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18~20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시작된 3박 5일의 방미 일정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북한의 ‘현재 핵’ 해법과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아 비핵화 진전에서는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문 대통령은 곧장 경남 양산 사저로 이동했다. 28일 하루 휴가를 낸 문 대통령은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청와대로 복귀할 계획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