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국빈방문 중 수사 지시

- ‘헌정파괴·국기문란’ 엄중 대처
- 軍, 작년 3월 문건 보고 받고도
- “수사대상 아니다” 미온 대응도
- 宋 국방 “위법 발견 땐 엄중조치
- 보고 일절 안 받겠다” 외풍 차단

# 非육군·非기무사 구성 왜

- 해·공군 소속 검사로 짜일 듯
- 전·현 국방부 관계자 수사 선상
- 전 정부 주류인 육군 배제시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인도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문건을 맡을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바라보는지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립수사단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독립수사단 구성 등과 관련한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금까지 수차례 현 정부가 촛불혁명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촛불혁명을 주도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했고, 자칫 이것이 실행됐다면 군사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는 문제의식도 깔린 듯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 따르면 2016년 10월 1차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는 시위대가 청와대 점거를 시도할 경우 등을 ‘최악의 국면’으로 규정하고 계엄 상황에 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 문건’에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1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입구. 연합뉴스

이와 함께 국방부 내부 시스템에서 독립된, ‘비육군·비기무사’ 조직을 만들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 것은 국방부 자체 수사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기무사 문건에 대해 보고받고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무사 문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해당 문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송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기무사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관에 의한 일체의 지휘권 행사 없이 수사팀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수사 종료 전까지는 수사단으로부터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인 해·공군 소속 검사로 구성될 전망이다. 군 검사들은 지금은 폐지된 군 법무관 임용시험을 거쳐 법무장교로 임용됐거나, 최근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무관으로 복무하는 군인이 대부분이다.

육군이 배제된 것은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들이 군내 주류인 육군 출신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독립수사단이 국방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한 것은 외풍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송 장관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복선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발표하면서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