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여야는 지리한 공방 끝에 ‘드루킹 특검법안’에 합의했다. 이번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로 확정됐다.

법정에 출두하는 드루킹 김모씨. 연합뉴스.

그동안 여야는 특검 규모, 수사기간, 수사대상을 두고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며 대립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1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해야 했지만 특검법 세부내용에 합의하지 못해 18일 절충점을 찾기 위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표 회동이 거듭됐다.

특검 규모는 내곡동 특검보다 많지만 최순실 특검 보다는 작다. 드루킹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 1명 아래 특검보 3명으로 구성됐다. 내곡동 특검이 특검 1명, 특검보 2명이었고 최순실 특검이 특검 1명에 특검보 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중간 규모다. 특검과 특검보와 함께 파견검사 13명, 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으로 드루킹 특검팀이 운영된다.

특검 규모와 함께 여야가 공전을 거듭한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60일로 정하되 한 차례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정했다. 최순실 특검 100일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특검규모와 기간을 두고 규모에서는 자유한국당이, 기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한 걸음씩 양보했다.

특검 수사범위를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지난 18일 합의문에 따르면 이번 특검 수사범위는 ‘드루킹 및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 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행위’,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자금과 관련된 행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다.

수사범위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 합의 직후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특검의 수사 영역에 누구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해 김 전 의원에 대한 특검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또한 “드루킹과 그 일당이 저지른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이 수사 대상에 들어있기 때문에 김경수 후보가 됐든, 김정숙 여사가 됐든 수사 과정에서 나오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특검이 시작되면 김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공세를 두고 ‘선동적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드루킹 사건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를 요구받고 인사기준에 맞지 않아 명확하게 거절한 것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한국당 측의 언동은 지방선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렇게라도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공세로 보인다”며 “그러나 국민은 이 사건의 본질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는 특별검사 후보자 4인을 추천한다. 야 3당은 4인 중 합의를 통해 2인을 대통령에 추천하게 되고 대통령은 그 중 한 사람을 임명한다.

본격적인 수사는 다음달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최순실 특검은 2016년 11월 17일 특검법 통과 이후 특검 임명까지 2주일 걸렸다. 19일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이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을 마친 후, 특검이 임명되고 준비 기간을 거칠 경우 아무리 빨라도 지방선거 이전에는 수사 개시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