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SC 상임위 열고 입장 정리
- “상호 견해 중간서 잘 전달”

- 정의용 실장, 美 볼턴과 통화
- 한미 간 긴밀한 협의 시사

북한이 남북 고위급정상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 가능성을 밝힌 지 하루 만인 17일 청와대가 ‘긴밀한 입장 조율’에 나섰다. 북한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볼턴 보좌관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는 현 상황을 북한과 미국에 맡겨두고 있다가는 지금까지의 북한 비핵화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한미·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충분히 전달한 다음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충분히 전달해 접점을 넓혀가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쉽게 말해 역지사지하자는 의미”라며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에 나와 “오늘 아침 나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고 말해 한미 간 긴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북한의 의중 파악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청와대가 이날 NSC 회의에서 적극적인 중재 의사를 표명한 것은 기본적으로 북미가 비핵화 대화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중재자 역할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리비아 모델’에 대해 “정해진 틀은 없다. 이것(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밝힌 것도 리비아식 해법에 거부감을 드러낸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 역시 대화하겠다는 자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좀 더 역지사지를 바라는 뉘앙스인 것인가’라는 질문에 “양쪽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답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