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시작한 한미군사훈련
- 이해한다 해놓고 갑자기 트집
- 북미정상회담 재고까지 거론
- ‘美에 끌려가지 않겠다’ 메시지
- 핵담판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16일에 개최하자’고 제안한 지 15시간 만인 16일 새벽 일방적으로 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면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밝힌 고위급회담 연기의 명분은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남측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4월 초 시작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과 이미 지난 11일부터 맥스선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북한이 전날 고위급회담 개최 일자를 통보한 것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이다. 이와 관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긴급 회동하고, 맥스선더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므로 오는 25일까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의 이번 조처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이른바 리비아 방식의 핵 포기 요구를 강하게 거부한 대목은 주목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의제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김 제1부상이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재검토까지 시사한 것 역시 비핵화 논의에서 미국 측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담화에서 “(볼턴 등 미 행정부 인사들이)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혀 핵심 의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로서 ‘CVID’ 자체를 배격하기보다는 검증 방식이나 폐기의 불가역성 등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의 쟁점을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았다.

※ 맥스선더(Max Thunder)

2009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으로, F-15K F-16 등 한미 공군의 전투기 100여 대가 참가해왔다. 공군 관계자는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눠 모의 교전을 하면서 한미 공군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방어적 차원의 연례훈련”이라고 밝혔다. 올해 맥스선더 훈련에는 미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처음 참가한 게 특징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