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 실패 부른 당청·계파 갈등
- 친문계 기용·소수파 소외로 반복 조짐
- 밀월 아닌 당·정·청 협력관계 정립 과제
- 한국당 등 야권과도 소통·협치 나서야

“참여정부가 더 잘해서 또 다른 민주정부로 정권이 이어지게 해야 했는데, 참여정부가 대단히 부족한 점이 많아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그 결과 우리 역사를 퇴행시키고, 5·18 광주가 이뤄낸 민주주의까지도 크게 퇴보시킨 뼈아픈 결과에 대해서 저희가 크게 성찰하고 있고, 뼈저린 교훈으로 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2012년 12월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는 모습.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문 대통령,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0일 출범 이후 1년간 문재인 정부가 펼친 정책들을 보면 여러 면에서 참여정부를 연상하게 된다. 참여정부 당시의 반부패기관협의회, ‘여민관’이라는 집무동 명칭 부활, 지역정책에서 ‘균형발전’ 개념의 복원, 혁신도시 시즌2 추진 등을 보면 ‘참여정부 시즌2’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참여정부보다 업그레이드되고 노련해졌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참여정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남은 4년 동안 뚜벅뚜벅 국민만 바라보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참여정부 실패의 원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가동한 ‘100일 플랜’에서는 새 정부가 안정적인 국회 관계와 당·정·청 협력모델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여소야대, 정권 과도기적 국회에서 협치를 구하기는 어렵고 정치적 갈등이 불거질 우려를 표한 것이다. 당·청 간 불협화음, 여당 내 계파 갈등으로 스스로 무너진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자성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직후 당·청은 인사 갈등을 빚었고 한동안 당·청 갈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 논란이 잠잠해진 이후에는 당·청 밀월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를 두고 야당이 ‘민주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고 비판하는 것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집권 여당이 정책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100일 플랜’에서도 여당이 정부의 파트너로서 역량을 강화해 당내 비주류인 소수파도 소외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민주당 내 권력지도를 살펴보면,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의 뒤를 받쳐온 친문(친문재인) 진영 인사들이 대선 이후 당·정·청의 요직에 자리 잡았으며, 86그룹(1960년대생, 80년대 학번)이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대거 중용되며 ‘파워 엘리트’ 그룹으로 부상했다. 그러는 사이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위축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당내 계파 갈등은 이번 6·13지방선거 공천 갈등을 통해서도 바깥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면서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려는 추경안, 민생·개혁 법안 등을 풀어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일반 국민과의 소통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인 판문점선언을 현실화하려는 국회 비준동의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면 야권과의 협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반대로 추경안, 개혁 법안 통과가 안됐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