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지방분권…시민 힘으로 <14> 프랑스 낭트 재생 분권

쇠락 산단을 창조·예술도시로 … 지방공기업 독자적 주도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대도시연합 등 ‘사모아’ 출자
- 근대유산 문화·관광콘텐츠화
- 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 착안
- 기계동물 테마파크 만들어

- 복합문화센터 ‘르 리우 유니크’
- 연 60만 명 예술의 향기 누려
- 기업 입주 늘면서 인구 증가
- 국비에 목 매는 한국과 대조

지난달 14일 프랑스 파리 서쪽, 고속철(떼제베)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인구 62만 명의 도시 낭트. ‘일 드 낭트(Ile de Nantes·낭트섬)’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걷기 시작하자 저 멀리서부터 노랗고 거대한 크레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소가 떠나고 흉물이 된 대형 크레인은 철거되지 않고 문화재로 지정돼 자리를 지켰다. 크레인 바로 옆에는 19세기 배를 건조할 때 썼던 도르래 등 시설도 남아 있다. 자칫 버려진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일대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낭트관광공사인 ‘르 보야주 아 낭트’ 집계를 보면 낭트 메트로폴(광역권)을 찾은 관광객 수는 연간 117만 명가량이며, 외국인 관광객의 60%가 낭트 시에서 숙박을 할 정도로 낭트는 프랑스 서부 여행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폐공장 일대에 들어선 기계동물 테마파크의 명물 ‘레 마신 드 릴’. 이선정 기자·르 보야주 아 낭트 제공
■도시재생으로 ‘인생역전’

비결은 이곳에 조성된 기계동물 테마파크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이다. 특히 대형 기계 코끼리는 인기만점이다. 관광객은 40t의 철근과 목재로 된, 높이만 12m에 이르는 대형 기계 코끼리 등에 올라타 낭트 시내를 조망하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끼리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계새 등 일 드 낭트 레 마신 드 릴에서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낭트가 ‘80일간의 세계일주’ 저자로 유명한 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이라는 점을 연결시켜, 낡고 쇠퇴한 기계도시라는 근대적 유산에 SF적 상상력을 덧씌워 조선소 폐공장을 기계동물 테마파크로 재탄생시켰다.

레 마신 드 릴의 성공으로 낭트는 도시재생의 전형으로 급부상했다. 18~19세기 조선업·교역 중심의 쇠퇴한 산업도시에서 21세기 창조도시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낭트의 도시재생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마지막 남은 조선소가 폐업하면서 조선·항만 근로자는 대거 실직하고 도시는 쇠퇴했다. 특히 시 중심부인 일 드 낭트 지역(조선소 밀집지)은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돼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됐다. 시는 활용방안을 찾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이 일대에서 예술축제 ‘레잘뤼메(Les Allumees)’를 시작했다. 장 블레즈 예술감독 주도로 폐공장 일대에서 펼쳐진 축제는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페스티벌의 성공은 창조도시사업으로 이어졌다.
■지방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일 드 낭트’의 랜드마크인 옛 조선소 크레인.
2003년 낭트대도시연합(낭트 메트로폴)을 비롯한 공적 주주들이 출자한 지방공기업 ‘사모아(SAMOA·서대서양도시권정비회사)’가 출범하면서 일 드 낭트 지역의 도시재생은 본격화했다. 같은 해 프랑스가 헌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지방분권을 시행한 시점에 맞춰 지방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은 더욱 탄력받았다. 지역 도시재생마저도 국비 확보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와는 대비된다. 사모아는 폐공장이 가득한 일 드 낭트 프로젝트의 방향을 ‘도시산업유산 보존’과 ‘녹색공간 확대’로 잡았다. 근대유산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재활용하는 동시에 첨단기업·교육·생활시설을 이 일대로 집적화해 신도시로 만드는 일 드 낭트 프로젝트는 2000년 시작돼 2024년까지 계속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2007년 들어 획기적 전환을 맞는다. 먼저 일 드 낭트의 상징물인 기계동물 테마파크가 개관했다. 또한 낭트 도심의 브르타뉴 대공 성(낭트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의 중심 도시)이 재개관했고, 낭트와 낭트 메트로폴 도시 중 하나인 생 나자르를 잇는 루아르강 하구에서 진행된 예술 비엔날레 ‘에스투에르’가 성공을 거두면서 낭트는 도시재생의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르 보야주 아 낭트의 자비에르 테레 국제홍보부장은 “2007년을 기점으로 ‘파리’만 말하던 사람들이 ‘낭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망한 산업도시에서 젊고 다이나믹한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근래 매년 1만 명씩 인구(현재 62만 명)가 증가하고, 기업유치도 늘고 있다. 유치되는 기업의 60%는 창조도시와 관련된 업체”라고 설명했다.

■낡은 비스킷 공장이 예술센터로

   
낡은 비스킷 공장을 개조해 만든 국립예술센터 ‘르 리우 유니크’.
낭트 도시재생을 말할 때 ‘르 리우 유니크(Le Lieu Unique)’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처럼 ‘독특한’ 공간이다. 18~19세기 항구도시인 낭트는 조선업은 물론 활발한 식민지 교역으로 제과업 등 제조업이 흥했다. 하지만 1970년대 시 외곽으로 제조업이 이전하면서 도심 내 버려진 공장도 늘어갔다. 비스킷 폐공장을 개보수해 2000년 국립예술센터로 재개관한 게 르 리우 유니크다. 일 드 낭트에서 예술축제를 이끈 장 블레즈 감독이 이곳 초대 관장으로 개관에 적극 관여했다.

극장시설뿐 아니라 레스토랑, 바, 서점, 증기탕, 어린이집 등 여러 시설이 들어간 복합문화센터다. 주로 연극 음악 미술 등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이어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레스토랑과 바는 ‘맛집’으로 소문 나 줄서서 기다릴 정도다. 오래된 근대건물을 재활용해 밤 12시까지 운영하며, 미술관 운영의 파격을 보여줬던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모델이 된 공간이 바로 여기다.

이곳 플레르 리샤드 사무국장은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폐공장이 1980년대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사용된 것이 계기였다. 리모델링을 통해 낭트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공연으로 연간 찾는 인원이 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르 리우 유니크는 항상 북적인다”고 말했다.

낭트=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끝 -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신간 돋보기] 중견 시인과 청년의 따뜻한 대화
  2. 2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3. 3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4. 4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5. 5“입사 포기하고 뛰어든 국제 구호활동, 제 삶이 됐죠”
  6. 6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7> 재일제주인의 고향 사랑과 감귤
  7. 7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8. 8‘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9. 9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9> 동래읍성 뿌리길
  10. 10부산과기대 박영희 교수 ‘100대 한식대가’에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