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8~9일 사전투표도 어려워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외국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투표는 ‘남의 일’이다.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당시 대선, 총선은 선상투표를 하도록 했지만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2007년 선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선원들은 2012년 대선부터 선상투표라는 제도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예외다. 당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선상투표를 대선과 총선에만 실시할 뿐 지방선거에는 실시한다고 못 박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에서 선원 3만5685명 중 잠시 배에서 내려 육상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국선원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선원은 크게 외항상선원(8548명), 원양어선원(1393명), 해외취업선원(3198명), 연근해어선원(1만4692명), 내항상선원(7854명) 등으로 나뉜다. 외국 항해로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바다에서 지내는 외항상선, 원양어선, 해외취업 선원들만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총선 선상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전국에서 4090명, 부산에서 1281명이 선상투표를 사전 신고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법을 바꿀 당시 먼저 대선, 총선부터 먼저 도입한 후 지방선거에도 도입하자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현재 선상투표도 팩스로 진행돼 위성 음영해역에 있거나 설비를 갖추지 못한 선박의 선원들은 투표를 못 한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때 지방선거 선상투표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선관위가 뚜렷하게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개월 이상 바다에서 지내는 연근해어선원과 내항상선원들도 잦은 출항 일정과 항해 등으로 인해 대선, 총선, 지선 모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사전 투표라는 보완책이 있지만 6월 8~9일 이틀로 선원들의 쉬는 날과 맞아떨어져야만 할 수 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