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두 번째 개헌 주제를 발표했다. 지방의 자본과 인력을 흡수하는 수도권 중심 사회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 정부에 자치권과 입법권을 부여하자는 게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개헌안의 큰 그림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 관련 규정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자고 복안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오는 22일 마지막 주제를 발표한 데 이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 지방분권 강화 천명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1일 오전 11시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2차 브리핑에 나서며 “지금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는 국민에게 답변해야 한다”며 “30년 전 헌법이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의 운영 틀이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말씀 드리는 지방자치, 경제, 총강 부분은 지방의 미래, 국민경제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첫 이야기로 조 수석은 “지방분권 강화는 ‘서울, 수도권 대 지방’, ‘효율 대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다”고 제언했다.

서울은 자체 인구 재생산보다 지방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이로 인한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고 그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되었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과 협력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다”고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방 정부의 자치 역량을 강화해 스스로 맞춤 행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 체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헌번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에 대통령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과 관련해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청와대는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헌법 전문을 개정하는 데서 나아가 개정안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명시해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정부, 지방행정부 탄생 예고

개정안에는 지방정부 구성의 자주권 내용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은 ‘지방행정부’로 명칭이 바뀐다.

또 청와대는 지방정부가 스스로에게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 수석은 “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질적 권한 이양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국가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입법이 가능해 지역별로 특색있는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치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개정안에는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이 보다 폭 넓게 보장되도록 기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수정 내용이 들어갔다.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다.

또 조 수석은 “누리 과정 사태와 같이 정책시행과 재원조달의 불일치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에게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가 발생하는 게 문제였다”며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개정안에는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신설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청와대는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하여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자치재정권 보장이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지역 간 재정격차 확대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간 재정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명시

조 수석은 “주민이 지방정부의 주인이라는 점이 이번 주제 발표의 핵심”이라며 “‘주민 참여 없는 자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 헌법은 실질적 지방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명시하고,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짐을 명확히 한다.

또 청와대는 주민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를 헌법에 규정한다.

입법 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장치도 헌법에 마련된다.

조 수석은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고, 입법 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지방정부에 그 법률안을 통보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분권 관련 개헌 내용과 관련해 지난 13일 문 대통령은 개헌특위 보고 자리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는 지방정부와 함께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조 수석은 “대통령의 말씀에 따라 기본권 조항과 함께 지방분권 조항은 이른 시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정헌법의 정신이 입법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헌법 총강 개정안…수도조항 신설

청와대는 이번 개헌안에 수도 이전을 염두한 조항도 포함한다.

조 수석은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공무원이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공무원의 전관예우방지 근거 조항’을 개헌안에 명시한다.

그간 문제가 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염두한 개헌 내용도 눈에 띈다.

조 주석은 “그간 관(官)의 통제와 지배가 군림하는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했다. 관(官)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民)주도의 ‘문화융성’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며 “개정안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해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평등 수정…토지 공개념 확대 명시

조 수석은 경제 부분에 대한 조항도 발표했다. 그는 “경제조항 개정의 의미는 국가가 성장하면 국민도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는 것”이라며 “그간 국민 간의 소득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제안한 것은 개헌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제3항 및 제122조 등에 근거해 해석을 통한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이 위헌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은 바 있다.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법 역시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행헌법에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더해 ‘상생’ 부분을 추가한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하고,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보호·육성대상에 별도로 규정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포함된다.

■농어업, 소비자 기능·권리 강화

개헌안에는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과 소비자 권리 등도 포함된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 농어민의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한다.

또 기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비자의 권익을 위하여 소비자 권리를 신설하고, 현행헌법의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규정을 좀 더 폭넓은 개념인 소비자 운동으로 개정한다.

이외에 그간 비교적 취약했던 기초 학문분야를 강화하기 위하여 국가에게 기초학문 장려의무를 부과하는 조항도 새롭게 개헌안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 수석은 “자치와 분권,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모두가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했고, 지금도 정치권이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해소, 불공정 거래와 갑질 근절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수석은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개헌으로 시작된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