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분권 등 사회적 가치 전문 추가
- 국민 기본권에 생명권·안전권 도입
-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사대등’ 명시
- 독재 잔재인 ‘근로→ 노동’으로 수정
- 정보기본권 신설로 4차산업 대처도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1987년 개헌 이후 30여 년간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달라진 국민의 삶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역사적 사건 외에도 자치·분권, 지역 간 균형발전, 자연과의 공존 등 사회적 가치도 헌법 전문에 추가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이고, 국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며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국민은 국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고 개헌안의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본권 확대, 국민의 자유와 안전 및 삶의 질 보장,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이 개헌안에 담겼다.

■ 노동자 권리 강화 등 기본권 개선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기본권에서 ▷기본권 주체 확대 ▷기본권 규정 방식 변경으로 기본권 보장 강화 ▷노동권 강화 등으로 개선했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외국인 200만 명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외국인, 망명자 등에게도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되, 직업의 자유·재산권·교육권·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국민경제·국가안보와 관련한 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했다.

이와 함께 현행 헌법에서는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참정권에 대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는 식으로 규정하지만, 개헌안은 ‘선거권을 보장한다’고 우선 명시한 뒤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덧붙이면서 기본권 협상 여지를 축소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기존에는 기본권을 어떻게 형성할지를 국회에 백지위임했는데 개헌안에서는 한정된 위임을 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 재량권을 축소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권리 강화도 주목할 만하다.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고용 안정’ ‘일·생활 균형’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다.

■ 생명·안전·주거·건강·정보기본권

세월호 참사, ‘묻지마 살인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다만 생명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낙태죄와 사형제가 바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행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강화했다.

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정보기본권도 신설된다. 헌법에 ‘알 권리’와 자신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열람하고 수정·삭제할 권리인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시정에 관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했다.

■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

개헌안은 영장 청구 주체를 검사로 명시한 조항을 삭제하고 영장청구권 주체에 대해서는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유신헌법에서 처음 도입된 군인 등의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은 명백하게 불합리한 차별인 만큼 삭제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군인이 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받은 손해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나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민발안·국민소환제 신설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규정돼 있지 않고, 지자체장·지방의원·교육감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 주민소환이 인정된다. 현행 헌법은 국민발안제도 인정하지 않으며, 과거 1954년 헌법에 ‘헌법에 대한 국민발안제’만 규정된 바 있다. 조국 수석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국회에서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방법이 없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하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