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보다 허심탄회한 대화 전망
- 신뢰 쌓이면 상호방문 늘수도

남북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핫라인’ 구축 준비에 들어가면서 남북 셔틀 외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이 안건이 있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왕래하는 셔틀 외교가 활성화되면 소통 기회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번 남북 간 합의의 최대 성과는 바로 핫라인이다. 필요할 때 정상끼리 언제든지 전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에 북한과 연결되는 직통 전화 채널이 있었고, 이 채널을 통해 남북 최고지도자 간 의사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6·15정상회담을 회고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뭔가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 두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하자. 이 기회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김정일 위원장이)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고 말해 핫라인이 연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핫라인은 남측 국정원과 북측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연결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정상 간 직통전화’는 아니었지만, 남북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채널은 2000년 6월 15일 정상회담 이후 연결됐고,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둔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 간 핫라인이 중단됐고,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남북 합의 이후 핫라인이 개설되면 친서 교환, 특사 파견 등의 복잡하고 의례적인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수시로 대화하고 만나는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간 현안이 있을 때 남북 정상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채널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만들어지는 핫라인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핫라인과는 달리 육성으로 남북 정상이 직접 통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각자의 집무실에 핫라인을 설치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대북특사단에 포함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남북 정상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과 ‘성과’를 강조하는 점에서 핫라인을 통해 소통을 늘리고 신뢰를 쌓으면 자연스럽게 상호 방문 형태로 대면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남북 간 소통 확대는 북미 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미국의 반응에 따라 소통의 폭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