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후보들 ‘묻지마 투표’ 우려

지역의 일꾼을 뽑는 6·13지방선거의 프레임이 인물과 정책이 아닌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 양상으로 흐를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100일(5일) 앞둔 4일 지역 정치권에서는 ‘안보·외교·경제 대 적폐청산’이라는 보혁 대결 구도가 가열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인 ‘인물·정책 선거’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보수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외교·경제관에 대해 비판 여론이 많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천안함 폭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방한 등 안보 이슈가 보수 결집의 촉매로 작동하고 있다. 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별다른 항변을 하지 못한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히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보수층을 자극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의 어려움 가중 등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진영 역시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인 적폐청산을 내걸고 연일 보수 정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대표적인 적폐청산으로 꼽으며 보수 진영의 ‘정치 보복’ 주장에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도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보다는 ‘일당 독점 지배에 따른 부산의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은 우려를 표한다. 이번 선거가 지역 일꾼에 대한 ‘옥석 가리기’ 대신 지지 성향에 따른 ‘묻지마 투표’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의 한 예비후보자는 “지역에서는 아직 보수 정서가 강하므로 최근 안보·외교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번 선거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변질되는 느낌이다. 출마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이런 노력이 진영 간 대결 구도에 파묻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구청장 예비후보 역시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다음 달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가 현실화된다면 보수 후보들이 그 멍에를 쓰고 여론 재판대에 설까 걱정이다. 인물의 역량 대신 진영 간 대결로 전개되면 그 폐해는 결국 시민과 지역이 짊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