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행사보다 동원무기 축소
- 신형 SLBM은 공개 안 해

북한이 8일 이른바 ‘건군’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핵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8일 오후 녹화 중계했다. 사진은 북한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영한 열병식 행사에는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ICBM급 ‘화성-14’형, ‘화성-15’형의 전략미사일이 등장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도 동원했다. 관심이 쏠렸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등 SLBM은 모두 동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화성-12형은 지난해 5월 14일 발사에 성공한 IRBM으로, 북한은 이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해 787㎞ 목표수역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같은 해 7월 4일 발사한 ICBM급 화성-14형은 최고 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했고, 비행거리는 933㎞였다.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8000㎞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사거리 8000㎞인 ICBM을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뿐만 아니라 알래스카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또 북한은 같은 해 7월 28일 화성-14형의 최고 고도를 3700여 ㎞로 끌어올려 998㎞를 날렸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을 발사했는데, 이는 최고 고도 4475㎞, 비행거리가 950㎞에 달했다.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북한은 ‘국가 핵 무력의 완성’을 선포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예전과 달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리설주를 가리켜 “리설주 여사”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 북한 공식 매체가 리설주를 ‘여사’로 호칭한 것 역시 처음으로, 예전에는 “리설주 동지”로 소개했다.

또 이날 열병식에서는 최근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의 달라진 위상이 확인됐다. 김정각은 열병식 주석단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바로 오른쪽 옆자리에 서 있었다. 그 자리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이 줄곧 지켜왔던 자리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포함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열병식 주석단 뒤에서 포착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열병식은 전체적인 구성이 지난해보다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진행한 열병식을 대부분 조선중앙TV로 생중계했으나, 이번에는 생중계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오늘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열병식보다 ‘내용 구성’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시간가량 줄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킨 1948년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건군절은 애초 2월 8일이었다가 1978년부터 김일성이 정규군의 모태가 된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군 창건일로 정하고 건군절로 기념해 왔다.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실제 정규군이 창설된 2월 8일에 의미를 부여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올해 2월 8일을 건군절로 공식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