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 정치인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여전히 밤 늦게까지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 때문에 공식석상에서 발표할 메시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다듬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나 회의에 앞서 수많은 보고자료를 검토하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에야 대통령의 ‘업무’가 종료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은 대통령의 ‘야근’ 시간 단축을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문 대통령에게 보고서류를 올리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해 서울 강서을 청년위원회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대통령은 정말로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문 대통령이 보고자료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나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새벽까지 서류 검토하는 습관 때문에 조찬행사 등 오전 일정을 힘들어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졌는데, 대통령 취임 후에는 오전 7시부터 일정을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면 시간이 모자랄 법도 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에 보고서류가 다 올라오면 좋은데,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밤 늦게까지 서류를 검토할 때도 있다”며 “보고서류가 늦게 전달되면 문 대통령은 저녁 뉴스 등을 챙겨본 뒤 밤 늦도록 서류 검토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밤 늦은 시간에는 가능한 한 참모를 부르지 않고 본인이 수정할 부분을 서류에 수기로 수정해놓고 책상 위에 올려두면 다음날 수정작업이 끝난다고 한다. 참모진들이 문 대통령의 부름에 대기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밤 10시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검토한 서류 중 많으면 최대 네 번까지 문 대통령이 수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럴 때면 정말 죄송하다. 대통령께서 서류검토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완벽하게 점검해서 서류를 올리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첫 순방지인 미국 워싱턴 DC 방문 당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을 감동시킨 ‘장진호 연설’도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수정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있다.

　이처럼 매사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문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참모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점을 환기시키기도 한다고. 얼마전 포항지진 발생 직후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수능시험을 연기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제안 했던 사례도 마찬가지다. 한 참모는 “최근에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점을 말씀해주셔서 참모로서 부끄러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