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여론 “정치적 공간 열려”
- 김 장관 결심 미룰땐 역풍 우려

자유한국당의 부산진갑 당협위원장 선임에 따른 ‘효과’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내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부산시장 선거 출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 장관이 현재까지 시장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구인 부산진갑 국회의원 의석의 수성이다. 김 장관이 시장에 출마할 경우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진갑의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지역 정치권은 물론 민주당 시당도 부산진갑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인가에 관한 확신이 없는 점이 김 장관이 시장 출마를 망설이는 큰 이유로 보고 있다. 특히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이 수년째 부산진갑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어 김 장관의 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현실화되면 쉽지 않은 상대라는 인식이 깔렸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21일 “부산진갑을 한국당에 내준다면 마이너스 1석이 아니라 마이너스 2석이 되는 셈이다. 현재 민주당이 121석, 한국당이 118석으로, 단 3석의 차이로 원내 제1당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부산진갑이 한국당에 넘어가면 의석 차이는 1석으로 줄고 앞으로 제1당의 지위를 한국당에 넘겨줄 우려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9일 한국당이 부산진갑 당협위원장에 정근 이사장이 아니라 정치 신인에 가까운 권기우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김 장관이 지역구 수성이라는 부담감을 털고 시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시당의 일부 원외 위원장도 지난 19일 모임을 하고 김 장관의 출마를 설득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내 출마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김 장관이 계속 결심을 미룰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출마를 미루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을 끌수록 시민에게는 ‘마지못해 출마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어느 유권자가 억지로 끌려 나오는 듯한 시장 후보에게 표를 주겠냐”고 말했다.

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 경쟁 후보가 김 장관이 머뭇거리는 틈을 비집고 유력 후보로 바람을 일으킬 경우에는 경선하더라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거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는 선출직이 임기를 4분의 3 이상 채우지 못하고 출마하면 공천 심사에서 10%의 감점이라는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