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업체 절반 수도권 몰려
- 비수도권과 경제격차 위험수위
- 日 규제 풀자 기업 지방에 투자
- 일자리 늘고 세수입 증가 효과

- 금융중심지 부산 메리트 적어
-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 어려워
- 법인세 등 홍콩 수준 낮추고
- 국제경쟁력 확보 적극 지원해야

전국의 사업체와 종사자 중 절반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이 되지 않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고 경제분권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15일 통계청의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지역별 사업체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사업체 수는 387만4000개다. 이 중 183만5000개(47.3%)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전국 사업체 종사자 수도 같은 해 2088만9000명인데 수도권에만 51.4%(1074만4000명)가 집중됐다. 2010년과 비교하면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경기(14만1000개) 서울(9만1000개) 경남(3만 8000개) 등의 순이다. 부산은 1만9000개로 경기와 7배 넘게 차이 났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도 경기(90만1000명)였고 다음으로 서울(62만2000명)이었다. 부산은 16만7000명에 그쳤다.
■ 지방분권 없이 혁신경쟁도 없다

일본은 2006년 지방분권 시대를 열었다. 당시 자치단체 간 기업 유치 경쟁이 일어났다. 일본 중부에 위치한 미에현은 입주 기업에 투자액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법인세는 5년 동안 20%를 공제하기로 했다. 외국 공장을 물색하던 일본 대기업 샤프는 미에현에 둥지를 틀었다. 샤프가 미에현에 공장을 두기로 하자 40여 개의 협력사도 함께 들어왔다. 72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미에현의 세수입은 2년 사이 110억 엔(약 1100억 원)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례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자치단체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 재정자금 지원 기준’ 등 고시를 통해 자치단체의 차별적인 기업유치 인센티브 정책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자치단체끼리 기업 유치 시 입지 보조금, 설비투자 보조금, 원스톱 행정지원, 법인세 감면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정부가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공식화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미뤄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용 대상이 신산업으로 한정돼 지역의 기존 산업을 소외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전략이 수도권 경제 집중화의 원인이라 지적하면서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혁신경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명예교수이자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인 황한식 교수는 “지방분권이 되면 지역마다 경제 정책 역량을 키워 혁신경쟁을 격렬하게 할 것이다. 각 지역의 혁신경쟁은 결국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면서 “지방분권으로 지역 이기주의 등이 강화될 것이란 말은 중앙집권주의자들의 논리일 뿐이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자율성이 커지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 금융기관 적극 유치해야

금융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세특례제한법과 부산시 세감면 조례 등만으로는 해외 금융기관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외국인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한국의 제도가 싱가포르 두바이 등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파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홍진기 선임연구위원의 ‘해외 경제특구 인센티브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세특례제한법은 경제특구에 투자한 외국인 기업에 최대 7년간 일정 비율로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한다. 예를 들면 제조업 관련해 3000만 달러 이상 투자 시 법인세를 5년간 100%, 나머지 2년간 50%를 면제한다.

이와 비교해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의 경제특구 인센티브는 파격적이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관세나 법인세 등의 조세감면 혜택이 컸고 기간도 길었다. 두바이는 법인세, 소득세, 수입 관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최고 15년간 법인세, 소득세 면제를 할 수 있다. 법인세율은 18%로 한국보다 낮다. 주류 담배 자동차 석유제품 외에는 수입관세가 붙지 않는다. 홍콩도 법인세율이 16.5%로 더 낮으며, 관세도 없다.

금융당국의 무관심 속에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국제적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부산의 순위는 70위를 기록했다. 2015년 24위에서 2년 사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계 컨설팅기관인 지옌(Z/Yen)그룹이 매년 3월과 9월에 발표하는 GFCI는 국제적 평가 및 인지도의 지표로 활용된다. 부산은 2014년 3월 27위로 이 지수에 처음 진입하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 10곳 중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은 2015년 9월 24위로 4계단 상승했으나 1년 만인 2016년 9월 41위, 2017년 3월 50위, 같은 해 9월 70위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국내 또 다른 금융중심지인 서울도 6위에서 22위로 하락했지만, 부산보다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과 유사한 수준의 법인세, 금융기관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외국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관계부처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희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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