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당무감사 발표 결과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이른바 ‘금싸라기 지역구’로 불리는 서·동 당협위원회의 유기준 국회의원이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놓이면서 차기 당협위원장 선임에 벌써 눈길이 쏠리고 있다.

2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서·동구는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으로, 중구와 함께 한국당이 득표율에 승리한 곳이다. 노인층을 비롯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차기 총선에도 한국당 후보가 유리한 정치 지형을 확보한 곳으로 평가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몇 안 되는 지역구 가운데 하나다.

현재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친홍(친홍준표) 인사인 이종혁(사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석재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이 최고위원은 1998년 서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으며 수년간 서·사하구 지역을 관리한 경험도 있다. 또 최근 이 최고위원이 지역 정치권에 부상하면서 유 의원에게 흡수되지 않은 홍인길 전 국회의원의 비주류 조직이 이 최고위원 쪽에 합류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의 서·동구 당협위원장 응모를 염두에 둔 당무감사가 아닌지 의혹이 든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를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것도 현역 국회의원을 날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부산에서 ‘친홍(친홍준표) 줄 세우기’ 논란이 일자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해운대을 등 어떤 당협위원장도 응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반면 이 최고위원은 시장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을 뿐 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 최고위원 외에 박극제 서구청장이 당협위원장에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3선 아웃’으로 서구청장을 마치는 박 청장이 다음 총선을 바라보거나 당협을 맡아 정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무감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서·동구의 권칠우, 김진홍, 김종한 시의원과 박삼석 동구청장은 시의회에서 유 의원의 당협위원장 박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 박 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 최고위원과 친분이 있는 공한수 시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