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부산시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거돈(사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나친 좌고우면(左顧右眄) 탓에 참모진과 냉랭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오 전 장관과 측근들의 관계가 소원해진 결정적인 계기는 더불어민주당 복당 문제로 알려졌다.

지난 5·9대선 이후 민주당 복당을 추진하던 오 전 장관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당 부산시당과의 갈등으로 복당 결정을 전격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 전 장관의 참모진이 민주당 복당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2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의 복당 관련 만남을 마련했다. 오 전 장관도 흔쾌히 추 대표와의 만남을 수락했지만 약속 이틀 전인 10월 30일 돌연 만남을 취소했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시장 선거 관련 첫 번째 여론조사를 발표한 이튿날이다. KSOI의 여론조사에서 오 전 장관은 여야 전체 후보군에서 적합도 1위(22.1%)를 차지한 데 이어 민주당 내 후보군에서도 적합도 1위(27.9%)에 올랐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경쟁력 있는 시장 후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 복당을 결심했던 오 전 장관이 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뒤 ‘복당’에서 ‘추대’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측근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어렵게 주선한 당 대표와의 만남을 뒤집은 데 대해 오 전 장관의 속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측근 A 씨는 “좌고우면이 지나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B 씨는 “추 대표와의 만남이 취소되면서 실망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아예 오 전 장관과 만남 자체를 거부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전 장관 측이 복당과 관련해 민주당 부산시당이 아닌, 중앙당과 접촉했다는 점에서 아직 시당과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바른정당 탈당파 시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때도 지역 당협위원장과의 갈등을 의식해 시당이 아닌 중앙당을 통해 절차를 밟은 선례가 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