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털 야후가 제공하는 SNS 텀블러(Tumblr)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 요청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명길(서울 송파을)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초 텀블러 측에 이메일을 보내 불법콘텐츠 대응을 위한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텀블러 측은약 한 달 만에 답장을 통해 “텀블러는 미국법에 따라 규제되는 회사다. 한국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한국의 사법관할권이나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력 요청에 대한 거부인 셈이다.

텀블러 측은 또 “텀블러는 성인 지향 콘텐츠를 포함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서비스”라며 “신고된 내용을 검토했으나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는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심의위가 외국 회사인 데다 국내에 사업장도 두지 않은 텀블러를 상대로 이 같은 요청을 한 데는 텀블러가 한국에 신고가 들어온 성매매 음란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배경이 작용했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이란 도박이나 마약을 비롯해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불법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 심의 이전에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할 경우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 계정을 정지하는 등 조처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서 등 국내 포털사업자들은 2012년 해당 시스템 운영을 받아들였다.

2015년에 이 시스템 참여 사업자는 국내 웹하드, 커뮤니티사이트 등으로 확대됐고 해외사업자인 트위터나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일본 FC2 등도 참여하고 있다.

최 의원은 텀블러 측 거절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하며 “텀블러가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방이 뜨겁다.

텀블러가 점차 국내 음란물 유통의 ‘어둠의 경로’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기왕 운용되는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시도를 한 것 또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시선이다.

실제로 구글, 트위터 등 주요 해외 사업자 또한 시스템 운영에 일정 부분 협력하는 상황.

특히나 아동청소년법을 위반하는 음란물을 비롯해 ‘몰카’ 영상 등이 버젓이 공유되는 텀블러 페이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절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처를 ‘꼰대질’로 보는 시선도 있다.

텀블러가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정부 부처 차원에서 어떤 외교적 물밑작업 없이 자율심의협력시스템 협조 요청을 넣은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텀블러 측 답변대로 실정법상 텀블러가 이 같은 시스템 운용에 협력할 어떤 근거나 이유도 없다”며 “도의적 책임만 가지고 외국 기업에 이런 요청을 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례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