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부산시청에서 개최한 헌법 개정 국민대론회에서는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수 요소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29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에 이주영(왼쪽부터) 국회 헌법 개정특별위원장, 정세균 국회의장, 서병수 부산시장이 참석해 토론을 듣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최인호 개헌특위 위원은 기조 발제에서 지방정부의 조례의 범위와 효력을 법률에 준하는 수준의 독자적인 입법권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조례로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 등을 규정할 경우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예외가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자치재정권에 관해서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 대 2 수준인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재정분권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역시 조세법률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개헌특위의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은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고유권한인 입법권과 조세권을 지방정부에 전폭적으로 이양하는 데는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담보할 수 있는 개헌에 대한 지역의 목소리는 거셌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번 개헌은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확립하고 자치조직권을 실제로 보장하는 내용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며 부산시가 개헌특위에 요청한 지역분권형 개헌안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는 지난 7월 개헌특위에 전달한 부산형 지역분권형 개헌안에 ‘모든 국민은 주민으로서 자치권을 가진다’는 조항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가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재산세를 포함한 지방세의 종류, 세율, 징수 방법은 당해 지방정부의 조례로 정한다’는 내용의 과세자주권 조항도 요구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부산시의회 김진홍 의원은 “지방이 스스로 입법과 재정, 조직권을 확보해야 지방자치다. 아직도 지방정부의 역량 부족과 선심성 행정 등을 지방자치의 문제점이라고 하는 것은 핑계”라면서 “현행 헌법은 조례의 범위를 ‘법령의 범위 내에서’로 울타리를 쳐놨다. 지금의 조례 수준으로는 시민에게 시급한 정책 사항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성대 안철현(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법령의 범위 내에서’가 아니라 프랑스나 일본처럼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성대 배준구(행정학과) 교수는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하던 프랑스가 지방분권형 개헌 이후 각 지역이 활력을 찾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프랑스 지방정부의 자체세입 비중은 72.1%로 한국(42.0%)보다 월등히 높다”면서 “지방분권으로 지역이 다양성과 활력을 찾으면서 출산율이 2.08명으로 한국(1.24명·2015년 기준)보다 높아지는 등 대부분 도시와 농촌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발전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