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1만2000명 채용 재정부담"
- 여당 "국채발행 없는 착한 추경"
- 법적 요건 충족 여부도 충돌

국회가 14일 정상화됐다. 전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야당이 정국 정상화로 화답했다. 이에 따라 국회 예결특위는 이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요청해온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관련 절차를 거쳐 7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18일)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보수 야당이 이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철회한 것은 조 후보자 낙마로 문재인 정부 내각의 문제점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고, 보이콧이 장기화되면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7일 만에 예결특위에서 만난 여야는 공무원 증원 항목, 추경의 법적 요건 충족 등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추경에 편성된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인 '대량실업 발생 또는 발생 우려'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으로 인건비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공무원 연금을 모두 합하면 5년간 1조8000억 원이 들고 30년이면 16조6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며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도 "일자리 추경이라고 네이밍(이름 붙이기)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무원 증원 또는 사실상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닌 단기 알바(아르바이트)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방의 재정 부담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정인화 의원은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의 요건을 정확히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량실업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국채 발행 없는 '착한 추경'이라고 맞섰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부각하면서 증원되는 공무원 역시 경찰 소방관 등 국민안전에 필수적인 인력에 국한됐다며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추경이 대량실업 발생 우려 요건엔 부합하느냐" "국채 발행은 없지 않으냐"는 등으로 질의하며 추경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5월 통계를 보면 청년 실업률이 9%대, 체감실업률은 22%대였는데 6월에는 각각 10%대, 23%대로 올라갔다. 이런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공방으로 7월 임시국회 기간인 오는 18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