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서
- "사드 배치 한국 주권 사안
- 중국 부당 간섭 옳지 않아"
- 美 동의 환경영향평가 탄력

- 중국 반발 잠재울 해법 숙제
- G20서 시진핑과 회동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 사실상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무게를 뒀다. 미국 측도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 양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숙제로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탈 힐튼호텔에서 열린 교포 간담회에 참석해 화동으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 간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이 발생하고, 청와대가 경북 성주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국내 언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사드와 관련해 국내법상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양해했고, 사드 배치 철회 의도에 따른 게 아니라는 점도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혹시라도 나와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갖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언급하는 등 사드 배치에 한 걸음 다가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초청간담회'에서 조안 허버드 전 주한대사 부인에게 입고 갔던 코트를 선물했다. 청와대 제공

또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국을 향해 분명한 메시지도 던졌다. 문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지도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 전문가 그룹과도 폭넓게 만나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고 배치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따로 면담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믿고 있다"며 신뢰를 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 간 사드 관련 견해차가 노출되지 않아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정부 조치는 일단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사드 배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정부는 미국이 양해한 사드 배치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중국을 설득할 시간을 벌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가 추진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평균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정부가 새로 지시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1년 이상 걸린다. 정부가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는 발이 묶인 상태다.

중국 신경보(新京報) 홈페이지 캡처.

문 대통령이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해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다녀왔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한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비공개로 만나는 등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과 병행해 한중 간 소통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