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역대 추경안 최장 지연 처리 기록을 세웠다. 추경안은 지난 7일 국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상임위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했다. 23일 기준으로 16일째 계류 중이다.

이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비난의 시선이 먼저 꽂힌다.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고 공무원 증원 등 세부 항목이 미래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추경안 반대 이유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도 짙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6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27일까지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추경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13개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 최소한 1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안이 국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은 역대 정권의 첫 추경 처리 속도와도 대비된다. 상임위 회부에서 상정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유가 극복 민생안정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첫 추경은 상임위에 2008년 8월 27일 회부됐고 9월 1일부터 각 상임위에 상정됐다. 예산안 심사까지 총 5일이 걸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기 대책 관련 첫 추경은 2013년 4월 18일 상임위에 회부됐는데, 각 상임위에 바로 다음 날 상정되면서 하루 만에 처리됐다.

올해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여야 간 공방도 거칠어졌다. 민주당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 정부의 첫 추경이 역대 정권 처리 대비 최장기록을 경신하며 난항에 빠졌다. 대국민 제1 약속이 한국당의 강짜에 가로막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은 추경안을 제출해놓고 심사하자는 것은 국회의원에게 불법을 강요하는 것이다. 여당이 최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야당이 발목 잡기 한다고 공격하려는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