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반드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는 정권 스스로 약속한 '5대 비리는 원천 배제하겠다'는 점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직 배제 5대 기준 등의 공약으로 국민의 지지를 구했던 문 대통령이 원칙을 깬 인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든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인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26일 임종석 비서실장의 사과 발표가 '사과'보다는 '강행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고 판단해 이 후보자 인준에 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및 청와대가 함께 공직자 검증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위장 전입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채 총리 인준 사안을 넘길 경우 향후 모든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는 위장 전입 문제를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은 크게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제 위장 전입은 공직 배제 사유가 되지 않는 것인가. 여전히 배제 사유라면 어떻게 한정해 적용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최 원내대변인 역시 민주당 우 원내대표의 공직자 검증 기준 마련 제안에 "위장 전입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전제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이날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맞아 당시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대통령 본인이 왜 그렇게 인선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앞으로 어떤 원칙으로 고위 공직자 인선을 할 것인지 설명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공직 배제 5대 기준'을 현실에 적용하려니 인재가 없고, 능력이 되는 인재를 발탁하려니 이 같은 기준이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인수위원회 과정을 밟았다면 이 같은 인사 기준을 현실적인 기준으로 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