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안건 상정을 보류시킨 일명 '소녀상 조례안'(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정명희(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19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조례안 상정 보류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을 꺼내들자 박재본(자유한국당·남구 3) 의원이 '민주당의 자작극'이라고 맞서며 확산되고 있다.
정명희 의원 "소녀상에 소극적인 한국당의 꼼수"
정 의원은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지난 17일 조례안이 심의도 받지 못하고 기습적으로 상정 보류시킨 것에 대해 6월 회기 때 조속한 상정을 촉구한다"며 자유한국당 시의원과 부산시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포함한 소녀상을 보호, 관리,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중요한 조례안에 대해 발의한 동료 의원에게 사전협의 없이 다수인 한국당 의원들이 하나마나한 찬반 표결로 밀어붙여 기습적으로 상정 자체를 보류시킨 일은 시민을 대표해서 온 동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복지환경위원회는 7명의 한국당 시의원과 민주당 정 의원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어 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상정 보류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시의 공무원이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에 전화로 상정 보류를 압박한 것은 시의회와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또 "상정 보류 명분으로 문희상 일본 특사의 방문 등의 외교 협상력을 내세웠는데, 소녀상 문제에 소극적이던 한국당이 그런 명분을 내세워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환경위는 지난 17일 조례안 심의를 보류하면서 문희상 특사가 위안부 재협상 등을 위해 일본으로 가는 날에 외교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특사단 방일 이후 양국의 상황을 보면서 후에 재상정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재본 의원, "책임 떠넘기식 정치 공세" 반박
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박 의원은 정 의원의 주장을 '자작극'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박 의원은 "박재민 행정부시장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한 결과, 현 정부의 일본 특사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에게 조례 상정을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최 위원장이 그 내용을 박 부시장에게 전달했다. 박 부시장은 시의회 의장과 이진수 복지환경위원장, 정명희 의원에게 상정 보류를 요청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태가 마치 시의회 한국당의 문제인 양 뒤집어 씌운 꼴"이라며 "조례를 발의한 정 의원도 민주당 소속이고, 상정 보류를 요청한 특사와 최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라며 "또 복지환경위 전체위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정 보류를 논의할 당시에 정 의원은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이후 언론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태(자유한국당·수영1) 의원도 "'조례안 발의자를 빼고 기습적으로 상정했다'는 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불법조형물(도로교통법상 불법점용)에 대한 합법적 지원은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편 민주당 부산시장은 '최인호 시당위원장이 박재민 행정부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례안 심의 연기를 요청하는 압력을 넣었다'는 박 의원의 주장은 허위사실에 의한 정치 공세라며 박 의원과 부시장이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시당은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이만수 부산시 정무특보가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이 민주당 정명희 시의원이 발의한 소녀상 조례안과 관련해 문희상 대일 특사가 떠나는 날 일본 NHK 방송에서 생중계를 할 예정인데, 이 같은 조례가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일본의 여론몰이에 당할 수 있다"며 "정 의원의 관련 조례 처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최 시당위원장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