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만에 5.18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18일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 주요 인사는 물론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1만여 명의 인파 모두 지난 9년 간 '제창'이 금지됐던 이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이목을 끌었다.

원래 이 노래는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면서 5·18 기념식 제창곡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악보 없이 불렀고, 2004년 기념식에서는 노래는 부르지 않고 태극기만 만지작거리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노 전 대통령과 대비되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첫 해에도 제창됐다. 그렇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부터 5·18 기념행사에 불참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에서 합창으로 변경됐다. 뚜렷한 변경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가 아닌 식전행사에서 합창으로 불렸고 2011년부터 본행사에 포함됐지만 합창으로만 불려졌다. 보훈처가 한사코 제창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6월 국회의원의 과반이 넘는 여·야 의원 158명의 찬성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보훈처는 박근혜 정부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래서 2016년에도 결국 합창으로 불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대한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에 5·18 행사를 앞두고 논란이 있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불러도 되는 노래다 보수가 반대하지 말자고 했더니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시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였다고 한다. 하 의원은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하 의원 좀 자제해라'고 해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대통령이 불편해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회고했다.

하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이 노래를 싫어하는 첫 번째 이유는 "폭력시위나 집회, 노조집회등에서 시끄럽게 틀기 때문"이라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데모가가 됐기 때문이다. 불법 데모가로 인식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싫어하는 또다른 이유는 '제창'이 될 경우에는 대통령이 행사때 불러야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 의원은 "대통령이 데모가를 어떻게 손을 흔들면서 부르느냐?"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북한 김일성 주석을 상징한다 등의 주장을 제기했고, 결국 국가보훈처는 2009년 이 노래를 기념식순에서 제외했다가 2011년 제창이 아닌 '합창 공연곡' 수준으로 낮춰 지정했다. 참석자 다 같이 부르지는 않고, 합창단의 공연을 보면서 따라 부를 사람만 부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집권 첫해에만 기념식에 참석한 뒤 모두 불참했다.

9년이 지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자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라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로써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영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