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명확한 입장표명 삼가고
- "차기 정부 넘겨야" 논평 반복
- 안 "찬성하지만 절차 지켜야"
- 홍·유 "환영" 심 "원점 재검토"

- 안보 핵심쟁점 유동성 해소
- 보수표심 미칠 영향 적을 듯

주한미군이 26일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장비를 전격 배치하면서 1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드 배치 문제는 대선 초기부터 북핵·미사일 위협과 함께 '안보 프레임'을 형성하는 핵심 쟁점으로, 각 대선 후보 진영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성주군 진입하는 사드 핵심장비-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보수층으로 지지를 넓혀 '대세론 굳히기'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라는 변수가 보수층의 안보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문 후보가 사드 배치에 대해 '찬반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 측은 이날도 종전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여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후보는 경기 포천의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통합화력격멸 훈련 참관 이후 사드 배치와 관련해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서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다양한 외교적 카드로, 특히 북핵 폐기를 위한 여러 가지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넘겨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사드 배치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문 후보의 '어정쩡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보에 민감한 보수층의 재결집을 염두에 둔 반응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특별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해 "잘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술핵도 (한반도에) 들어오면 우리 안보는 튼튼해지겠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는 문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유 후보는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유세를 마친 뒤 "나는 오래전부터 대선 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게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참 잘된 결정이다. 정치권에서 더는 딴소리가 안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차기 정부로 사드 배치 결정을 미뤄달라는 문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사드 배치가 '알박기'에 들어가면서 유동적인 상황이 해소된 측면이 있어, 보수층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므로 보수 결집 효과로 이어질 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강원도 춘천 유세 이후 "사드 배치는 한미 합의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표를 놓고 홍·유 후보와 경쟁하는 안 후보가 사드 배치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그러나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정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호남과 중도층의 시선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배치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떠나 차기 정부에서 사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사드 기습 배치는 인정할 수 없다. 원천 무효"라고 비판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