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주적 논란' '송민순 회고록 진실 공방' 등으로 재차 '북풍'에 휩싸이고 있다. 이른바 '30년 레퍼토리'가 주요 이슈가 되면서 그나마 빈약한 주요 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아예 뒷전으로 밀렸다. 게다가 경제 살리기 공약은 중장기 성장 전략 없이 '돈 풀기'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 개혁 등은 외면한 채 '분배'(지출) 쪽으로만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퍼주기' 공약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 엔진을 가동하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3일 본지가 원내 5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 등을 분석한 결과 경제 관련 공약에서는 ▷성장 방안이 배제된 재정 우선 투입 ▷재원 마련 방안 미흡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 사실상 전무 ▷구조 개혁을 위한 중장기 전략 부재 등의 문제점이 공통으로 드러났다.

수치를 기준으로 삼을 때 재정 지출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재정 지출 증가율 7%로 확대'와 '10조 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다. 다른 후보도 정도와 방법 등에 차이가 있을 뿐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한국판 양적 완화(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공적 연기금의 사회투자 확대(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분배'를 최우선 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재정 역할 확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재정 지출 확대 공약은 단기적인 경제심리 회복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 성장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 지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산 경남 울산의 조선·해운업 위기 등 비수도권이 안고 있는 여러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찾아볼 수 없다.

후보 5명 중 '지역 경제 활성화'를 10대 공약에 명문화한 후보는 1명(홍 후보)에 그쳤다. 이마저도 뚜렷한 실행 방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로 '일자리 창출'(문 후보 81만 개, 홍 후보 110만 개 등)과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인상'(유 후보 제외한 4명) 등 단기 처방에 치중됐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