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민심을 통해 보수정당의 맏형 격인 구 여권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적인 지지' 역시 확인됐다.

하지만 같은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은 '보수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지역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보수의 배신자'라는 낙인까지 찍힌 분위기다. 한국당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바른정당행' 논란에 대해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아직 부산에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에 배신자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제신문 등 7개 언론사가 지난 21, 22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바른정당은 부산지역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5명의 현역 의원을 보유했음에도 부산 울산 경남(PK) 지지율은 6.2%에 그쳤다.

식당을 운영하는 강수찬(54) 씨는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고 뛰쳐나온 뒤 보여준 게 뭐가 있느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58)은 "자신들의 욕심을 챙기려고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뛰쳐나온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성진명(38) 씨는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모두 괜찮다. 그런데 너무 인지도가 없어서 표를 줘도 사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호남 올인' 전략으로 지역의 민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호남 정당'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지역주의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부 홍영주(38) 씨는 "아이를 둔 입장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교육 공약은 마음에 든다.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 정책 외에는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게 없다. 문재인 전 대표보다 존재감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황영민(43) 씨는 "국민의당은 '호남 바라기' 이미지가 강하다. 안 전 대표가 정작 고향인 부산을 위한 특화된 공약이라든지,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