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정체성과 안 맞아" 반발 기류
- 외연 확장·당 시스템 간 갈등

지역 인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인사 영입의 주체와 실효성을 놓고 시당과 친문(친문재인) 비선 간에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은 9일 "이번 대선에서 부산시당 선거캠프는 시당위원장과 동명대 오거돈 총장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투톱 체제로 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 캠프 합류설이 꾸준하게 제기되던 오 총장의 가세가 현실화됐다.

하지만 '오거돈 사단'의 영입을 놓고 당 중심의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는 시당과 문 전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이호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재성 변호사 등 '비선 그룹' 간에 잠재됐던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부산에서 39%를 득표한 문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는 60%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 발단이다. 시당은 문 전 대표가 대선에 나설 경우, 부산에서 50% 초반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10% 의 지지율 갭을 메우기 위해 비선 그룹이 선택한 대안이 오거돈 사단이라는 것이다.

오 총장의 영입을 비선이 주도하면서 시당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르자는 데 중앙당과 시·도당의 공감대 형성된 마당에 비선에서 인사 영입에 나서는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영입 인사의 내용 면에서도 비선은 오 총장의 합류가 중도·보수층을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시당 측은 오 총장이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시당의 한 관계자는 "오 총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주창해 온 촛불 민심을 한 번도 대변한 적이 없다.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당 측은 영입된 인사들이 순수한 의도로 문 전 대표를 돕는 것이 아니라 대선 이후 인사와 지방선거에서 일정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최 시당위원장도 인사 영입을 둘러싼 당내 반발과 외연 확장이라는 갈등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행을 시사한 노기태 강서구청장 등 문 캠프 합류를 타진하는 인사가 급증하면서 당 내부에서 "검증 없이 아무나 받을 수는 없다"는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시당위원장은 "외부 인사 영입으로 당내에 강력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뜻을 함께 하려는 지역 인사 영입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