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게이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인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검찰·경찰 등 주요 기관 고위직 인사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근 최 씨의 측근인 맹준호(53·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사무실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3년 1월 29일 작성된 인사평가 자료를 확보했다.

맹준호 변호사는 최 씨 일가의 송사를 맡아온 '집안 변호사'로, 해당 자료에는 사법부 등 3대 사정기관 최고위직 인사 후보군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

이렇게 후보군에 오른 인물은 대법관 후보 1명, 검찰총장 후보 8명, 국세청장 후보 5명, 경찰청장 후보 5명 등 모두 19명이며 이는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최 씨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의 사법연수원 기수, 행정고시·경찰대·간부후보 여부, 출신 지역, 조직 내 평가, 주요 보직 경험 유무, 정권 충성도 등이 기재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집권을 앞둔 박근혜 정부와의 정책 적합도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의 '관계' 또한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는 점이다.

또 이 같은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가령 유일하게 단수 추천된 대법관 후보의 경우 맹 변호사는 자신의 '사법 연수원 은사'였음을 강조하며 "당선자(박근혜 대통령) 성품과 비슷하다. 주변 모든 평가가 대법관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3대 사정기관장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보다 노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 대한 평가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MB 정부와의 관계 및 충성도'가 언급됐으며 그밖에도 "야전 경험 없음", "동료들로부터 신망", "업무추진력 있으나 주관이 강함", "초기 운용은 지역적 부담" 등 평가가 기재됐다.

맹 변호사는 "정권 초기 인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그분께 누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등 이 같은 행위 자체의 위험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이나 주변의 평을 들은 것을 적은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주제넘기도 하고 부끄러워 최 씨에게 이 자료를 전달하지는 않고 보관만 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