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출범 후 첫 현직장관 영장
- 구속 여부 내일 심문거쳐 결정
- 정유라 학사특혜 이인성도 영장
- 김경숙 규정 바꿔 정 씨에 특혜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정부의 2인자에게도 칼날을 겨눴다. 재계 1위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에 이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도 사전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뒀다. 특검은 18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실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진보 문화단체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 출범 이후 현직 장관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8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리스트 작성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리스트는 상당 기간 업데이트 과정을 거쳤고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1만 명에 달한다.

특히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전액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재직 시절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을 비롯해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리스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하는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20일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특검은 또 이날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게 학사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로 이화여대 이인성 의료산업학과 교수의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새벽 구속된 이화여대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정 씨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학사 규정까지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2015년 9월 최 씨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학장이 같은 달 15일 체육과학부 수시전형 실기우수자 학사관리 내규(안)를 만들었다. 이 내규는 정 씨처럼 실기우수자로 입학한 학생의 경우 담당 교수 재량의 다양한 과제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입학 시 C급 대회 실적(하계·동계 전국체육대회, 협회장기대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급 대회 3위 이상)만 있어도 장학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학점 역시 절대평가로 부여하도록 하면서 '실적과 과제물 평가를 고려해 학점을 최소 B 이상을 줄 것'이라고 명시했다. 실제로 정 씨는 2016년 여름 계절학기에 출석하지 않고 과제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B+ 성적을 받았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