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망연자실

- 창사 이래 오너 첫 구속 직면
-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어"
- 지배구조 개편 등 무산 가능성

# 재계는 당혹… 반발…

- "한국 신인도 추락해 국부 훼손"
- 경영 전념토록 수사 최소화 촉구

# 시민사회는 환영

- "삼성 위기설은 근거없는 주장
- 정경유착 뿌리 뽑는 계기 돼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리더십 공백 사태 우려가 현실화된 삼성그룹과 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간 재계는 청와대 게이트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받으면서도 특검팀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정의 수립'이라는 가치를 국가 경제보다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위기는 지금도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는 삼성그룹과 대내외 리스크에 휩싸인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SK와 롯데 등 특검 수사를 앞둔 주요 그룹들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 특검 "정의 수립이 먼저다"

재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삼성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그룹 오너가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앞서 삼성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이 유보된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상황이 불리하지 않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직면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에 미칠 후폭풍을 고려하는 정황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이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그룹 심장부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원칙적으로 특검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리더십 부재에 따른 손실은 막대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삼성은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를 맞는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삼성그룹 이건희(75)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2008년이나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2014년 리더십 부재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간 이 부회장은 2014년 이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다. 더욱이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공식적인 '원톱' 자리에 올라섰다. 재계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방향타가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의 주요 사업이나 경영 활동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그룹의 최대 현안인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겠다는 계획은 무산될 우려가 커졌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선언한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9조 원대)인 미국 전장(電裝·전기전자 장치) 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 계획은 특검 수사에 따른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 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특검 결정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 "삼성 위기설, 근거 없는 주장"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6일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은 영장실질심사 때 이 부회장의 혐의와 의혹들을 성실히 소명한 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끝내 구속될 경우 삼성그룹의 대응 방식이 과거와는 다르게 '적극 반박'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동안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아 온 삼성은 이날 그룹 차원의 입장 자료를 배포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최순실 씨 측에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SK 롯데 CJ 등 자사 총수의 특검 출석을 앞둔 주요 그룹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청와대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 그룹의 총수는 모두 이 부회장처럼 자신들을 둘러싼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이어 이들에게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총수(이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따른 삼성의 경영 위기는 실증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존재 이유인 사법절차에서 고려될 수준의 주장이 아니다"고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