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직무관련 뇌물 적용

박영수 특별검사가 삼성전자 이재용(49·사진)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16일 청구했다. 혐의는 뇌물 공여이다. 뇌물을 받은 당사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로 적시됐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최 씨에게 대가를 바라고 430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금전 지원을 했다고 본다. 특검은 ▷최 씨의 독일 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 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 후원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 원 출연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자금을 이용해 뇌물 중 일부를 공여한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도 추가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최 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3인방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장충기 차장(사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모두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서 뇌물을 수수한 당사자를 최 씨로 적시했다. 또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평가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였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박 대통령은 사실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피의자가 된 셈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박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며 '공갈·강요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18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리는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실제 구속되는 첫 삼성그룹 총수로도 기록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