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과, 그가 장악해 문화·스포츠계를 농단하는 도구로 사용한 K 스포츠재단.

이와 관련해 언론과 최순실 국조특위에서 폭로를 감행한 증인들이 피해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자 국조특위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가 경찰에 고영태의 거취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블루 K 전 이사였던 고영태는 의혹으로만 항간을 맴돌던 '비선실세 국정개입론'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 가운데 하나다.

아직 정확한 배경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고영태는 최순실과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비서관 등 인물의 모습이 담긴 의상실 영상을 통해 그들의 실체와 국정개입 정황을 폭로했다.

그는 이후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의 일 처리 방식과 인격,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및 직접 목격한 국정농단 현주소에 대해 비교적 소신있게 증언했다.

그런 고영태가 사라지고 연락마저 완전히 끊긴 상황이 되자 이것이 잠적인지 실종인지, 또 그 배경에 권력이나 재벌의 압박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감행한 K 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의 처지도 비슷하다.

노 부장 또한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고인·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그는 최순실이 독일에 머물 당시 통화한 녹취록을 비롯해 재단이 정동춘 이사장의 청문회 출석에 대비해 작성한 파일을 특위 위원들에게 공개했다.

그 자신 재단소속이 내부자였던 만큼 노 부장의 이 같은 행위는 '공익제보'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의원, 특히 박범계 의원은 노 부장에게 "이번 청문회 최고의 공로자. 찬사를 바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런데 K 스포츠재단에서는 이 일로 인해 오히려 노 부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일방적 해고 통보 등 정동춘 이사장의 전횡을 또다시 폭로하며 언론과 시민에 도움을 청했다.

결과적으로 국조특위에 출석해 은폐보다는 폭로의 방식으로 현 정권 비선실세의 전횡을 국민 앞에 드러낸 당사자들이 지금에는 도망자, 또는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까지 내몰린 셈이다.

국조특위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개인으로서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완전히 공개된 자리에서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국정개입에 대해 보고 들은 바를 증언했는데, 이들은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 처지로 전락했다.

비록 몇몇 의원들이 증인에 대한 '보호'를 천명하고, 특위가 K 스포츠재단에 노 부장 징계위 회부를 항의하는 등 조처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들에 대한 보호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통해 이들의 역할을 지켜본 시민 사이에서는 "국민 대표 기관으로서 핵심증인 보호에 실패하면 이는 전적으로 국회와 특위의 책임"이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그들이 청문회에 나와 증언을 감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특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역시 특위 청문회에 출석했던 K 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이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이름과 얼굴, 직위가 모두 드러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안에 관심이 높은 지금은 국민과 특위, 국회가 우리를 보호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사라진 뒤를 생각하면 솔직히 공포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