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태영호 전 북한공사가 북한 정권이 내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이 낮에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저녁에는 한국 영화를 보고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과 간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공포 선행 통치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은 핵 개발 완성 시간표를 정해 놓은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접어들었다. 김정은에 핵을 쥐어준다면 우리는 핵 인질이 된다. 한반도는 잿더미로 변해 구석기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일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망명 소감 등을 담은 글을 낭독한 뒤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탈북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밝혀달라. 보통 해외에 나가있는 간부들이 탈북 우려 때문에 자녀를 북한에 한 명 두게 하는데 태 공사는 그렇지 않았다.

▶김정은 정권은 부모와 자식 간 가장 숭고한 사랑마저 악용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상주 가족들의 자식들 중 한 명을 북한에 인질로 잡아둔다. 그러나 저는 천만다행스럽게도 제 자식들 다 데리고 남한에 올 수 있었다. 북한에 있는 분들이 위험하므로 구체적인 배경을 밝히지 못한다.

-2017년 말까지 핵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는데 좀더 설명을 부탁한다.

▶2017년까지 핵 개발 완성 문제는 김일성과 김정일 때에도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한 적 한번도 없었다. 단 김정일 때까지만 해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내피를 뒤집어 쓰고 핵 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개발 병진 노선을 당 공식 노선으로 채택했다. 경제는 세계와 주민들을 기만하는 용어다. 사실상 핵 최우선 정책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의 대선이 있는 2016년과 2017년을 가장 적기로 본다.

-6, 7차 핵실험 공문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도 받았는지와 외화벌이 사업 구체적으로 답변 안했다.

▶국회 정보위에서 언급했다는 공문 문제는 제 의도와는 다르게 보도된 것 같다. 북한은 해외공관들이 언제 핵실험한다고 공문 내보내지 않는다. 단 정보위 나가서 핵 개발과 관련한 정책적 측면을 제가 이야기한 것이다. 북한은 그 어느 경우에도 핵 실험 장소나 시간 등 국가 기밀 을 보내지 않는다.

무역성이나 경제부서에서 나온 사람들은 구체적인 외화벌이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집행하는지를 평가한다. 그러나 내무성에서 파견된 사람한테는 구체적으로 주진 않는다. 단 북한 외무성은 매달 사업 총화를 통해서 각 공관들에서 누가 얼마나 평양에 바쳤는지 알린다.

-재직 중 외화벌이 액수와 할당량은

▶구체적인 할당량은 없다.

-한국에 도착한 시기가 언제고 어떤 경로 통해서 오셨는지, 태병렬과 관계, 부인과 오백룡의 관계는

▶저희 도착 시기와 경로에 관해서 한국 언론과 외국 언론이 보도한 많은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도착 시기는 여름에 한국에 와서 지금 첫 겨울 맞이하고 있다. 저는 태 씨이지만 태병렬과 관계없고 저의 아내는 오백룡 가문인 것은 맞다. 제가 이 자리에서 제 아내의 가족들이 다 북한에 있는데 구체적으로 가족 내부도를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

-탈북자가 한국에서 간담회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적극적으로 공개활동하겠다고 마음먹은 배경은 무엇인가.

▶발언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우리 민족을 핵 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한국 도착한 순간부터 공개 활동 진행해서 어떻게 하면 김정은 정권 빨리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할까 하는 생각뿐이다. 물론 북에 두고 온 저의 가족들과 피해입은 동료 생각하면 마음 아프다.

-북한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은 딸이 정권 잡아도 유지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김정은만 어떻게 되면 북 정권 무너진다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얘기하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 대까지 김 씨 일가가 3대에 걸쳐 정권을 잡고 있다. 70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공포 정치로 이뤄지는 사회는 미 래가 없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명분과 정체성을 잃었다. 김정은 집권 5년 된 오늘까지도 주민들에게 자기가 집권하게 된 명분과 정체성을 명백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개성 공단 폐쇄 등 대북 강경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 보나

▶김정은이 핵 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냐 마냐 문제는 그 어떤 인센티브의 질이나 양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김정은이 있는 한 절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이 1조 달러를 줘도 마찬가지다.

-현재 핵 개발 상태가 어디 수준까지 왔다고 보나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한 정책적 측면을 이야기했다. 핵 전문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 북한에서는 체제 특성상 제가 아니라 외무상이나 그보다 더 높은 분들도 북한의 핵 개발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절대 모른다.

-올해 초에 핵실험 하고 나서 제재 2270호 채택됐다. 영국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 대북제재 효과를 체감했나. 한미일 독자 대북제재 하는데 그 압박은 어떻게 느꼈나. 북한 인권 관련해서 국제사회에서 압박 수위 높여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다. 이 중에는 대북제재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의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가라는 걸 판단할 때 경제적인 형편이나 숫자 가지고 대북제재 효과성 여부 판단하면 안된다. 효과 판단할 땐 현재 북한주민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나, 김정은 정책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는가이다. 지금 북한과 북한 외교 전반을 가장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게 인권 문제다. 핵 문제는 북한 외교관들이 당당하게 얘기한다. 그러나 인권 관련해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외교관 생활 하면서 느꼈을 때 외국인들이 "북한에서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한가"라고 물어 본다. 그럼 무슨 그런 질문하냐 하는데 그럼 만민이 평등하다면 김정은은 어떻게 지하철도에서 혼자 담배 피우고 보육원 방문할 때도 애들 앞에서 담배 피우냐 이게 만민이 평등한 거냐"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올해 다 아시겠지만 올해 3월 제네바에서 있었던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은 정식 표 대결 포기했다.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대북한인권 공세의 커다란 승리다.

-북한 외교관의 월급은.

▶북한 외교관들의 월급 차마 공개하기는 그렇다. 그걸 가지고 생존이 가능하냐 그런 정도다. 북한은 대사관마다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보면 대사의 경우에는 900~1100달러, 참사나 공사 경우에는 700~800달러다. 북한은 말하자면 북한 사회 자체가 수용소다. 대사관은 북한 사회의 축소판. 외교관들은 대사관 내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해외 나와 있는 북한 모든 외교관들은 모든 수단 동원해서 돈 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 집회,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보나.

▶사람이 살아가고 나라가 있는데 있어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당장 나라가 끝날 것 같은데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사회가 가동된다. 잘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하루 저녁에 촛불집회 나왔다가 흩어질 때 한 명도 아무 문제 없는 것 보고 대단히 큰 감명 받았다. 한국에 조성된 정치 상황 가슴 아프지 만 한국이 세계 민주화 과정을 새로운 단계로 선두에서 풀고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같은 경우에 북한 주민들에게 자본주의 체제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어떻게 바라보나.

▶개성공단은 골칫거리다. 북한은 원래 개성공단에서 중공업 화학업 같은 덩치 큰 공업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면 한강의 기적처럼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비재공업만 들어와서 좀 그렇다. 북한은 결국 모기장 치니 모기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