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절차 전담 2·3명 내주 지정
- 국회·법무부에 의견서 요청
- 일부 사안 조기결정 없을 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12일 전체 재판관 회의를 열고 다음 주 변론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준비 절차' 전담 재판관 2, 3명을 다음 주 지정한다. 준비가 끝나면 변론기일을 정한다. 이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쟁점을 간추린 뒤 변론 과정에 속도를 내 결정을 빨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이진성(왼쪽부터) 헌법재판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또 탄핵심판 소추사유 가운데 일부 사유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되 소추사유는 전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 등을 확보하고 충실한 심리를 하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일각의 주장처럼 일부 사안만 떼어내 '조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절차는 변론에서 심리를 집중적,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미리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만큼 다뤄야 할 쟁점과 사안이 복잡하고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의 소추사유는 크게 헌법 위배행위 5건, 법률 위배행위 4건인데, 위반한 헌법 조항은 12개, 형법 조항은 4개에 달한다.

헌재 재판장(소장)은 통상 2, 3명의 전담 재판관을 '수명 재판관'으로 지정해 준비절차를 맡긴다. 준비절차 전담 재판관은 준비절차 기일을 지정해 당사자의 대리인을 불러 주장과 증거를 미리 청취하고 쟁점을 정리한다. 헌재는 전담 재판관이 정해지는 대로 2, 3차례 준비절차 기일을 열어 본격적인 변론을 준비하기로 했다.

헌재는 또 헌재법에 따라 국회와 법무부에 각각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국회와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아울러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소속 헌법연구관 20여 명 안팎으로 구성된 탄핵심판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탄핵 소추사유 선별 심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변론주의가 적용되므로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별적 심리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준비절차를 진행하려는 것은 변론기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가능한 한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해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 9일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박 대통령 측에 7일 안에 답변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