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진행 발언 한마디도 없이
- 개의 24분 만에 투표 시작
- 친박 최경환 300명 중 홀로 퇴장

- 세월호 유가족 방청석서 보다
- 가결 발표하자 탄성·눈물
- 의원들은 조용히 결과 지켜봐

국회가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70분이었다. 12년 전 2004년 3월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은 격렬한 몸싸움과 눈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이날 탄핵안 표결은 별다른 마찰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침통·차분함 속 속전속결

오후 3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탄핵안 제안설명자로 나섰다.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김 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 다섯 가지와 주요 법률 위배 사항 세 가지 등을 17분간 읽어내려갔다.

의사진행 발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투표 안내와 함께 바로 오후 3시24분부터 본격적인 투표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각각 1번으로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했다. 새누리당에선 탄핵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진태 의원이 일착으로 투표를 마쳤다.

반면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홍문종 의원 등 주류 의원들은 의원석에서 한동안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투표에 참여했다. 최경환 의원은 끝내 표결에 동참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최 의원의 투표 불참으로 총투표수는 299표로 집계됐다.

방청석에는 민주당에서 초청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노란색 점퍼를 입고 착석해 투표 결과를 지켜봤다.

투표에는 정확히 30분이 소요됐다. 오후 4시10분 정 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숨죽이며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반면 의원석은 환호도 함성도 없었다.

■무효 7표, 실수냐 고의냐

이날 표결에서 무효 처리된 7표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투표용지에는 한글로 '가' 또는 한자로 '可'를 쓰고, 반대할 경우 한글로 '부' 또는 한자로 '否'를 써야 한다. 이 네 가지 경우가 아닐 경우 무효표로 처리된다.

한 감표 위원은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가·부를 같이 쓰거나, 가에 동그라미를 하거나, 점을 찍은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부 어디에도 표시를 하지 않고 백지로 내 무효가 된 표도 2표 있었다고 한다. 특히 '가(可)'를 쓰고 동그라미를 한 투표용지가 생중계 화면에 포착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인증샷용으로 찬성인 듯 속이고 고의적으로 무효표를 만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9일 국회 탄핵안 표결 시간대별 상황 오후  3시  2분 정세균 국회의장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 3시  3분 탄핵안 본회의 상정,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탄핵안 제안 설명 3시 24분 무기명 투표 시작 3시 54분 투표종료 및 개표시작. 명패함 개봉 3시 59분 명패수 299명 확인 4시  3분 개표 완료, 투표수 299표 4시 10분 정 의장, 탄핵안 가결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