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샤이(Shy) 탄핵파'(대외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지 못한 의원)가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압도적인 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날 박 대통령 탄핵안이 재석 299명 중 찬성 234표로 가결된 것은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찬성표가 200표를 겨우 넘거나, 많아야 210~220표 수준에서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또 이날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탄핵 찬성 여론은 78%,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탄핵 찬성 여론은 81%다. 이를 재적 의원 300명에 대입하면 각각 234명과 243명이 나온다. 우연이지만 이날 표결로 나온 숫자(불참·찬성·반대·무효)가 '1, 234, 56, 7'로 7개 숫자가 연속되는 점도 눈에 띈다.

예상과 달리 이변이 연출된 데는 새누리당 내 중도파나 범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대거 탄핵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찬성표 234표 중 야권의 172표를 고려하면 새누리당에서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비박(비박근혜)계 35표 외에 27표가 찬성 쪽으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본회의 직전 비박계와 친박 지도부가 예상한 것보다도 18명이 더 탄핵 찬성에 가세한 수치다.

'샤이 탄핵파'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촛불 민심'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무기명 투표'가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 활로가 보이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이날 반대는 56명이었고 2명은 기권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유일하게 불참한 것을 고려하면 59명이 반대한 것이다. 규정에 어긋나게 기표해 7표는 무효 처리됐다. 무효표는 고의성이 짙다는 점에서 이 역시 새누리당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야권은 공고한 공조를 보여줬다. 이날 표결 결과를 보면 야 3당에서 이탈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